그런 시절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시련과 희생이 백인에게만 허락되던 시절이. 영화는 현실이 아니다. 현실의 일부만 비춘다. 하지만 그 일부를 비추는 ‘기준’은, 현실의 그 것이 가지는 논리를 거의 그대로 재현한다. 무엇을 비추고 무엇은 비추지 않을 것인가? 영화는 어떤 선택을 해왔는가? 답은 그냥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걸 떠올리면 된다. 선하게 살던 ‘백인’에게 위기가 닥치고 우리의 주인공은 정의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높은 확률로 그 백인은 ‘이성애자 남성’이고 그의 ‘정상적인 가정’, 아내와 자식들, 나아가 이 지구를 지켜야 한다. 유색인종, 여성, 그리고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워내고 있는 현실의 ‘기준’은, 너무도 당연하게 영화에서도 관습으로 작용해왔다.그렇다고 영화 제작자들과 배우, 그리고 ..
20대는, 10대를 지나는 동안 확장했던(가장 억압받는 시기지만) 자아를 다듬기 시작하는 단계. 내 능력은 생각보다 대단한 게 아니었고, 그렇다고 의욕과 열정이 큰 것도 아닌데, 하필이면 경제상황마저 걱정을 끼칩니다. 다른 건 몰라도 마지막 문제는 실패를 시도할 용기조차 갖지 못하게 합니다. 하지만 내가 힘들어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어찌 됐든, 서로가 가지고 있는 마음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게 힘든 것. 그 것이 나를 힘들게 합니다. 누가 '어디'에 갔는지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어디에 '누가' 있는지가 더 재밌지 않나요? 그런 친구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 적은 말로도 즐겁게 이해하고 많은 마음을 서로에게 쓴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서마저도 까마득한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 차라리 싸우거나 투덜..
@취향 성장영화로 불리기도 하더군요. 저는 이런 영화, 소설을 좋아한다고 요즘에 느끼고 있습니다. 알게되는 이야기. 변화를 결심하는 이야기. 처음으로 알게되거나, 혹은 겉으로만 알고있다가 다시 진심으로 느끼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삶을 이끌게 되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소중한 친구를 잃는 건 슬픈 일이라는 것을.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불행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내가 사랑했던 사람, 그리고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바꿀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생각만큼 없지만은 또 않다는 것을. _알게되는 이야기입니다. #취향2. 순환 엄마는, 아이에게 구정물이 조금이라도 튈까- 바르지 못한 행실로 주변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까- 걷잡을 수 없는 염려때문에 항상 구속하고 제재..
('아이'라는 표현에 기분나빠할 6학년이 있겠지만) 아이들의 웃음에 같이 환해지고, 아이들의 눈물에 같이 무너지는 마음으로만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 여린 마음과 시선을 아이들 뿐만이 아닌 어른들과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예 어른이라는 말이 없어졌으면 좋겟습니다. 쉽고 빠른 답안을 의심없이 취하지 않았던, 그 대신 항상 질문과 싫증을 가졌던 아이에만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 (네가 믿는 걸 믿어) 독종에 별종에 구부러질 바엔 부러지는 타입의 지독한 인물이 하는 이야기지만, 그러나 한 편으로는 그래봤자 아이들에게 해주는 일반적이고 바른 이야기지만, 아이라고 불리지 않은지 한참인데도, 진심으로 단 한번 새기지 못한 이야기입니다. 겪지 못했던 이야기라고 해서, 앞으로 만들어내지도 못하는 건 아니라고..
(다 쓰고 보니, 영화(혹은 소설이나 뮤지컬)를 본 분들에게 더 친절한 글인 듯 합니다.) 영화라는 매체 덕분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접하게 된다는 것이 기뻐지는, '좋은 이야기'입니다. 여러 이야기들로 아주 풍성한 작품이었죠. 영화로서, 이음새도 더 좋을 수 없을거라 생각해요.많은 이야기들 중에선 아무래도 부각되는 이야기가 있고, 비중이 덜한 이야기가 있을테죠. 제 경우엔, 20분에서 30분 정도 더 앉아있더라도 좋으니 듣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었더랬죠.(저는 소설이나 뮤지컬로 먼저 접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죄에도 가혹한 형벌을 주고, 씻을 수 없는 낙인을 찍는 사회. 신부가 장발장에게 베푼 조건없는 용서와 기회와는 대비되는, 사악한 법과 제도. 혁명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사회의 구조. 여전히 ..
어지럽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원을 그리며 결국 제자리를 맴도는 놀이기구,“사랑”에 대한 이야기. 특별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단지 어지러운 와중에 조금 기쁘고 조금 슬플 뿐. 일상이 되어버린 연인, 반면에 농담도 진담도 자연스레 나누게 되는 새로운 인연. 몇 줄의 텍스트만으로도 하품이 나올 만큼 진부한 이야기인데, 이 영화는 왜 이토록 생기 넘칠까? “애매하게 끼어 있는 것 싫어요.”화려하진 않지만, 붓질을 많이 한 그림이 이렇지 않을까. 공항공포증을 갖고 있는 마고, 알콜중독을 벗어나려는 제리, 주변에서 일어난 지진. 주인공들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과 인물들, 그리고 대사들이 섬세하다. 그렇지 않은 척 하면서, 인물들의 상황과 심리 표현을 돕는다. “그 사람한테 상처 줄 수 없어요.”‘마고’ 역의 ‘미셸..
사실 영화의 세계관이 어떻고, 주제가 어떻고, 연출과 연기와 음악이 어떤들 그게 중요한가?보고 난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깃들게 한다면, 그 영화는 가장 훌륭한 영화들 중 하나이다.극장을 나서 마주친 서울의 거리와 폭염마저 사랑스러워진다.주인공 '길'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어슬렁 어슬렁 주위를 두리번거려본다.나의 황금시대는 지금이다! +파리 Paris오프닝 시퀀스를 보며 생각한다. 해외 여행에 별 동경이 없는 나도 파리를 사랑하게 되는거 아냐?정담은 '절반의 Yes'였다. 파리는 확실히 영화속에서 아름답게 보였다. 실제로도 아름다울 것이다. 여유로운 거리, 턱이 낮은 인도, 테라스의 의자와 탁자들, 여러 파티들.절반의 Yes라고 한 이유는, 나는 서울도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왜일까?이 영화의 무엇..
첫 느낌은 이랬다.배트맨비긴즈: 선한 사람들이 많다. 고담시를 범죄로부터 구할 수 있다. 다크나이트: 배트맨이 없어도 살만 한 고담시를 만들어야 한다. 다크나이트R: 배트맨이 갑이다.(?)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에서 느껴졌던 배트맨의 고민과 의지가, 다크나이트라이즈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딱히 다크나이트에서의 고민이 이어진다는 느낌도 없었다.한번만 봐서 그런가? 비긴즈와 다크나이트도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을때는, 복습하느라 다시 볼 때만큼 감동받지 않았으니. 라이즈도 한 번 더 봐야 하는건지도.
문호가 끝까지 선영을 찾으려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종근은 단지 복직과 돈때문에 문호를 도운걸까? 선영이 아예 충격적인 인물이거나, 아님 더 불쌍하거나 했으면 좋았을거같다..굉장히 몰입해서 봤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사건들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오히려 인물들의 색깔은 모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 결말이 결말이어야 했기 때문이리라. 실력이 비슷한 두 선수가 아주 팽팽한 플레이로 포켓볼을 치고 있다. 흥미진진한 게임을 이어가다 마지막 공 하나만 남은 상황! 이제 승부는 가위바위보로 끝내자. 이런 느낌. 아쉬운 점만 생각나긴 하지만, 재미있게 잘 봤다. 특히 이선균의 연기가, 화려하지 않으면서 핵심을 놓치지 않는 연출을 잘 살려냈다. 반가운 배우들(김별,이희준,임지규)도 좋았다. 담백하고 뜨거운 연출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