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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는, 10대를 지나는 동안 확장했던(가장 억압받는 시기지만) 자아를 다듬기 시작하는 단계. 


내 능력은 생각보다 대단한 게 아니었고, 그렇다고 의욕과 열정이 큰 것도 아닌데, 하필이면 경제상황마저 걱정을 끼칩니다. 다른 건 몰라도 마지막 문제는 실패를 시도할 용기조차 갖지 못하게 합니다. 하지만 내가 힘들어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어찌 됐든, 서로가 가지고 있는 마음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게 힘든 것. 그 것이 나를 힘들게 합니다. 누가 '어디'에 갔는지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어디에 '누가' 있는지가 더 재밌지 않나요?


그런 친구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 적은 말로도 즐겁게 이해하고 많은 마음을 서로에게 쓴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서마저도 까마득한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 차라리 싸우거나 투덜댈 마음도 생기지 않는 것, 결국 고작 이 정도가 남았을 뿐이라는 것. 


'반이나 남았다'는 식의 학습된 긍정보다는 차라리 절망을 택하겠습니다. 별 볼 일 없는 세상과 사람과 나를 잘라낸 다음, 그 다음에도 아직 볼 만한 뭔가가 남아있다면 그 때는 웃을 수 있겠지만. 


잘려나가고도 자신만의 무늬를 가지고 예쁘게 살아가는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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