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긍정적 사고'도 '부정적 사고'도 아닌, '비판적 사고'를 하라고 외칩니다. 몰랐는데 미국에서는 '긍정심리학', '동기유발 산업' 같은 개념들이 커다란 규모로 여기저기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나라에까지 어느정도 유행이 있었죠.이 책은 소위 이 '낙관주의'가 미국사회의 기업, 종교, 정치, 경제 분야에 미친 엄청난 영향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미국에서 일어났던 'IT버블 붕괴', '911테러 예방실패',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들과 같은 위기들이,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한 예측은 부정하고 오직 긍정적인 사고만 하려는 경향에 의해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힘주어 강조하는 편은 아닙니다. 대신 긍정주..
9개의 단편 중 4개의 작품이 아주 좋았다. 소재가 주는 즐거움이 거의 유일하게 컸다.소재가 특이해서가 아니다.그 소재가 가질 수 있는 가능성과 힘에 대해 상상해보는 즐거움이 있다고 해야겠다. 다수에 의해서, 그리고 경제성에 의해서'쓸모 없는 것', '낡아 필요없어진 것' 취급 받는 대상들에 대한 반짝이는 관심과 시선이, 대부분의 작품에 스며있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쓰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요지의 말을 한 작가의 소설이라는 걸 의식하고 읽어서 더 이렇게 느낄 수도 있다. 사랑니가 어금니로 변신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진심으로 믿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충치를 치료하는 대신, 사랑니로 어금니를 대체할 수 있다는 그 터무니없는 사실에 매료됐던 것 같다. 의사는 이제..
사실 영화의 세계관이 어떻고, 주제가 어떻고, 연출과 연기와 음악이 어떤들 그게 중요한가?보고 난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깃들게 한다면, 그 영화는 가장 훌륭한 영화들 중 하나이다.극장을 나서 마주친 서울의 거리와 폭염마저 사랑스러워진다.주인공 '길'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어슬렁 어슬렁 주위를 두리번거려본다.나의 황금시대는 지금이다! +파리 Paris오프닝 시퀀스를 보며 생각한다. 해외 여행에 별 동경이 없는 나도 파리를 사랑하게 되는거 아냐?정담은 '절반의 Yes'였다. 파리는 확실히 영화속에서 아름답게 보였다. 실제로도 아름다울 것이다. 여유로운 거리, 턱이 낮은 인도, 테라스의 의자와 탁자들, 여러 파티들.절반의 Yes라고 한 이유는, 나는 서울도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왜일까?이 영화의 무엇..
첫 느낌은 이랬다.배트맨비긴즈: 선한 사람들이 많다. 고담시를 범죄로부터 구할 수 있다. 다크나이트: 배트맨이 없어도 살만 한 고담시를 만들어야 한다. 다크나이트R: 배트맨이 갑이다.(?)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에서 느껴졌던 배트맨의 고민과 의지가, 다크나이트라이즈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딱히 다크나이트에서의 고민이 이어진다는 느낌도 없었다.한번만 봐서 그런가? 비긴즈와 다크나이트도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을때는, 복습하느라 다시 볼 때만큼 감동받지 않았으니. 라이즈도 한 번 더 봐야 하는건지도.
어쩌다 보니정유정 작가의 장편소설을 두 권 째 읽게 되었다. ‘내 심장을 쏴라’에 이어서 ‘7년의 밤’까지. 공통점부터 살펴볼까. 우선, 난 항상 만화 같다고 느낀다. 배경공간을 샅샅히, 화려하게 활용하는 성향도 변하지 않았다. 여러 인물들의 충돌과 액션(과격한 몸싸움을 포함한)을 그리는 것도 여전했다. 치밀한 사전조사 역시. 제목이 ‘7년의 밤’이다.멋진 제목이다. 궁금하게 만든다. 게다가 “이 소설은 7년의 밤 동안 아버지와 아들에게 일어난,”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7년의 세월을 담은 이야기라니! 더 멋져 보인다. 하지만 난 저 소개글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은 7년 전 끔찍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와, 7년이 지난 지금의 이야기만을 다룬다. 그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은 요약해서 들려 줄 뿐이다. 7..
믿고 보는 정미경님의 소설집. +문장인물과 사건이 이야기의 구조를 이룬다면, 문장은 이야기에 리듬을 부여한다. 나한테 있어서, 가장 흥겨운 리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가 정미경이다. +시선단순히 문장만 아름다워서는 아닐 것이다. “내가 말한 것에, 내가 말하지 못한 것들이 가리워지는” 것이 두렵다는 작가의 말, 생각, 시선이 고스란히 이야기에 담겨져 있다. +연애소설연애.라고 하기엔 좀 기괴한 관계도 있긴 하지만, 그의 작품들에서 사랑과 외로움이라는 소재가 자주 보인다는 것도 내가 매혹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소설집만 해도 7편중 1편만 제외한 모든 이야기에서, 남녀의 사랑과 외로움이 안개처럼 깔려있다. +인물대부분의 인물들이 외로움에 흠뻑 젖어있다. 이따금 그 외로움의 실체가 와 닿지 않을 ..
문호가 끝까지 선영을 찾으려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종근은 단지 복직과 돈때문에 문호를 도운걸까? 선영이 아예 충격적인 인물이거나, 아님 더 불쌍하거나 했으면 좋았을거같다..굉장히 몰입해서 봤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사건들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오히려 인물들의 색깔은 모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 결말이 결말이어야 했기 때문이리라. 실력이 비슷한 두 선수가 아주 팽팽한 플레이로 포켓볼을 치고 있다. 흥미진진한 게임을 이어가다 마지막 공 하나만 남은 상황! 이제 승부는 가위바위보로 끝내자. 이런 느낌. 아쉬운 점만 생각나긴 하지만, 재미있게 잘 봤다. 특히 이선균의 연기가, 화려하지 않으면서 핵심을 놓치지 않는 연출을 잘 살려냈다. 반가운 배우들(김별,이희준,임지규)도 좋았다. 담백하고 뜨거운 연출때문에..
'화차'의 변영주 감독님이 학교에 오셨다. '영상시대의 이해'라는 과목에서 기획한 초청강연이었다. 두가지 깨달음이랄까.. 남는 게 있었다. + 장르적, 전형적인 색채와 문법을 일단 사용하게 되면, 이야를 만듦에 있어서 '날 선 이야기', '전방의 이야기'를, 많이 힘주지 않으면서 할 수 있다는 것. +요즘 내가 느끼는 스트레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몇시간 이야길 들은 것 가지고 그 분에 대해 많이 알게된 건 아니겠지만.저렇게 매력있는 사람, 에너지가 전해지는 사람처럼 나도 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지하지만 유머감각은 빛나는 사람. 평소에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정리해놓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부드럽고 강한 화법 같은 것은 참 멋지다.그러니, 시덥잖은 농담따먹기나, 의미없이 잦은 술자리를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