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가 한국어이고 학창시절 영어를 배워온 우리가 이 영화의 포스터를 접하면 'uneducation'이라는, 있지도 않은 단어로 인식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사실 '교육'이란 명사의 성질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체가 없죠. 학교가 가르치고 싶어하는 내용과 방향이, 그 교육과 가르침을 받는 입장에게 온전히 전해지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으니까요. 멜로영화의 모양새를 하고 있으면서, '교육'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영화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 할까요? 모범 여고생 제니는 자신이 받고 있는 이 교육이란 것이 한심하단 생각이 듭니다. 지루하게 공부해서 얻은 학벌을 통해 갖게되는 직업이 또다시 삶을 지루하게 하다니 끔찍할 뿐이죠. 그러다 즐겁게 사는 것 처럼 보이는 아저씨 데..
“Who the fuck are you?” 영화 초반, 일을 하는 라이언이 처음 받는 질문입니다. 귀찮고 짜증나는 일인 ‘해고’를 대신 해주는 회사가 있고 라이언은 그 회사의 직원이에요. 대신 해고 통보를 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그는 개인주의자이고,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기고, 자신이 일을 하면서 해야 하는 말들은 그의 삶의 방식(choice of life)과도 닿아있기 때문에 그는 그 일을 즐기는 듯 합니다. 다른 이들은 고립이라고도 하고 개똥철학이라고도 하지만, 라이언 자신을 설득하는 건 자기 자신밖에 없고 우린 그가 현명하다는 걸 알아요. 1년 중 집에서 보내는 끔찍한 날은 43일뿐. 자신과 비슷한, 출장을 자주 다니는 알렉스를 만나 사랑합니다. 첫 만남 이후 그녀가 다시 연락을 하지..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뚜렷한 상징이나 대조를 발견하지 못해서 저는 이 영화가 무얼 말하려는지를 "잘 알지 못하"겠어요. 홍상수 감독님 본인이 처음부터 하고싶은 말을 뚜렷이 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단 의심도 조금 들구요. 잘 잡히지 않는 이 영화의 주제는 그냥 그대로 두고, 이 영화를 본 후에 계속 되새기게 되는 두 단어. "예술가"와 "기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면서 이 영화를 다시보려 합니다. 영심: 왜 이런 영화를 만드세요? 왜 사람들이 이해도 못하는 영화를 계속 만드시려는 거에요? 구경남: 이해가 안가시면 안가는 거죠. 제가 뭐 어떻게 하겠습니까. 전 그냥 영화 만드는 거고, 그걸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거겠죠. 구경남의 대사는 홍상수감독님 본인이 하고싶어 했던 말이겠죠. "그걸 느끼는 사람이..
‘인간, 흙, 상상력’이라는 글의 제목에 걸맞게 글의 분량도 많고, 다루는 분야의 범위도 아주 넓어서 오랜만에 고등학교 때 배운 ‘문단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 찾기’를 적용하며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잘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파악하며 글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지금 와서도 새삼 깨닫는 내 자신을 보고 그동안 글을 너무 안 읽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두 가지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김명인과 고은에 대한 비판을 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개념들이 필요할까?’ 이 의문은 본문을 두 번째 다시 읽으면서 해결되었습니다. 두 번째 읽으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글쓴이는 단순히 발문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그런 발문이 나오게 된 배경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
영화는 막힘 없이 술술 진행됩니다. 감독은 영화를 위해 많이 고민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감독의 의도한 대로 잘 흘러가죠. 그런데 저는 이게 이 영화의 단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물간의 관계의 진상이나, 인물들의 행동과 의도는 감독의 의도대로 정해져 있어서, 정작 영화 속 주인공들은 그들 자신의 삶을 사는 느낌이 잘 들지 않습니다. 감정을 이입 할 수 있는 인물 한명이 없기 때문에 재미는 반감되고 집중도 잘 안됩니다. 공들여 만들어놓은 이야기지만 이때문에 힘이빠집니다. 약간 힘이 빠져있고 굴곡이 잔잔하긴 하지만 재미있는 영화는 맞습니다. 처음부터 힘줄 생각이 없었고, 그 의도는 성공했다고 봅니다. 마케팅을 노출쪽으로 많이 하지만,너무 힘줬으면 어색했을 '김강우'에게 적당한 역할을 줬고, '김..
1. 재미있는 이야기 우리가 영화를 보는 가장 크고 간단한 이유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일 것이다. 간단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아닌가?"라는 기준만으로 이 영화를 되집어봐도 이 영화는 나에게 많은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즉,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이다.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까? 줄거리는 각자 찾아보시길.. 특출난 능력(이 영화에서는 수영) 하나를 갖고 있는 주인공, 그가 겪는 경제적,심리적 위기와 돈을 구하기 위한 행동들, 옆집에 이사온 이성과의 만남·밀애, 어릴 때 해어진 아버지 찾기... 이런 이야기들을 배우 온주완의 표정처럼 덤덤하게, 그리고 천천히 들려준다. 이야기의 진행은 '한수'에게 쌓여가는 과제들과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렇게 유기적이고 단단한 느낌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