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생각과 사상에 대해 몰입하고 집중하는 경험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봤자 하나의 인간, 한번의 삶 아니겠습니까. 니체의 말처럼 한번만 산 것은 한번도 살지 않은 것과 같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다른 인간의 생각은 분명 '나'라는 또 하나의 필터를 거친 뒤면 그 중 몇개 건질만한 메시지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소설과 달리 에세이는 더욱 지은이의 삶의 역사에 아주 많이 기대고 있기 때문에 공감대는 더 줄어든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읽기로 마음먹게 된 요인 중 하나는 목차 내용이 주는 담백함이었어요. 특히 좋았던 제목의 목차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위로가 힘이 될까?'. 그렇지. 어떻게 살지 생각하기 전에 왜 살아야하는지 얘기해봄직하지. 그래. 사실 제일 힘빠지게 하는 말이 '..
힘. 이청준의 소설을 읽고 나서 하고싶어지는 이야기는 대부분 '힘'에 대해서입니다. 이야기를 흐르게 하는 압도적인 힘. 이청준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요.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것도 힘이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인력도 힘입니다. 이야기의 배치, 그리고 필력. 이 두가지 기술은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원리로 읽는 사람을 매혹시킵니다. 누군가 이청준을 괴물이라고 표현한 게 떠오르죠. 시종일관 '왜'에 대한 질문의 끈을 놓지 않으며 진행되는 이야기.이런 일을 직접 겪고 쓰신 거라면 그 삶이란 것도 참 놀라워요.반대로, 겪지도 않은 이야기를 이렇게 창작해낸 것이라면 그것대로 또 놀라구요.이청준을 괴물이라고 표현한 사람은 제 기억에 소설가였어요.작가들이 더 사랑하고 존경할 능력, 혹은 삶입니다. 특유..
책을 좋아하는 건지 도서관을 좋아하는 건지 아직 잘 모르겠는 저같은 사람들, 혹은 잘 아는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건축'이란 필터를 통해 보는 사람들은 더욱 재밌을테고요. 저는 도서관을, 조용하고 쾌적해서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엔 물리적인, 건축적인 요소의 영향도 있다는, 뻔한 깨달음이 있었고요. 그런 공간에서 홀로 자유롭다는 느낌이 나에겐 가장 소중한데,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더 사회적인 역할, 외향적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니 왠지 낯설어지는 느낌도 있고요. 서로 다른 여러 도서관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습니다. 두 지은이의 (책을 좋아하는) 건축가로서의 시각과 글쓰기가 독자의 관심사와 궁합이 맞지 않는다면, 중간중간 몇몇의 장들은 지루할 수 있을 것 같..
건물을 지을려면 다양한 용도의 설계도가 미리 있어야겠죠- it기업에서 개발자와 경영자의 위치와 역할, 그리고 그들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특히, 한국의 상황을 진단하고 혁신을 모색해요. 저자가 한국인이라 국내 상황에 맞는 의견들을 제시합니다. 더구나 it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의 경험도 많아서, 더욱 글로벌하고 균형잡힌 안목으로 냉철하게 한국의 it문화를 분석해요. it학과를 전공했다면 한 번쯤 들어보기라도 했을법한 '소프트웨어공학'과 '방법론(프로세스)'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아주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미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많이 무시당하는 사항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 점이 한국의 it기업의 한계이구요. 단순히 선진기술과 최신경향을 따..
경영진과 신입사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책이네요. 어쩌면 정치관련 서적이나 시나리오작법에 대한 책들도 '와이어드'와 비슷한 주제를 갖고있을거에요. 워낙 단순하고 보편적이면서 핵심적인 이야기를 하니까요. 공감과 소통. '공감으로 설득하라.'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라.'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라.' 등등..지은이가 겪거나 들은 수많은 경영 관련 사례들, 그리고 인간에 대한 과학적 접근들을 참고하며 이야기합니다. 나눠진 세 챕터에 소제목이 없네요. 이 책이 딱히 기승전결이 없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합니다. 챕터3에 들어있는 사례를 챕터1로 옯겨도 많이 어색하지 않을거에요.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열돼있으니까요. 한 획 안에서도 시작-중간-끝이 구분되는 '궁서체'와 비교한다면, 이 책은 '돋움체' 정도 되지않을..
바로 전에 펭귄클래식에서 펴낸 안톤 체호프의 단편집은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던 책입니다. 이야기도 정말 흥미로웠고, 작가의 삶 역시 무척 인상 깊었거든요. 그래서 다음 책으로도 안톤 체호프의 단편집을 골랐습니다. 오늘날 체호프는 기 드 모파상과 함께 현대 단편소설의 형식을 확립한 가장 중요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특별히 놀라운 사건을 도입하기보다는 지극히 일상적인 설정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 사건이 있더라도 그 자체의 외부적인 측면보다는 사건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다양하고 모순된 반응에 주목한다는 점, 대체로 매우 느슨한 플롯인데다가 그 결말이 미결정의 상태로 끝나고 주인공들도 이에 대해 어리둥절하고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는 점, 등장인물들 간의 의사소통의 단절 등 여기서 이루 다..
백년도 넘은 이야기라고 하면 왠지 현대의 이야기보다는 덜 예리하고, 더 순박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반대로, 백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출판되고 읽히는 이야기는 그만큼 예리하고 통찰력 있는 이야기입니다. 읽는 도중 이것이 얼마나 된 이야기인가, 작가는 언제적 사람인가 궁금해져서 작가 연보를 다시 들춰보게 되는 이야기들이 참 놀라운 요즘입니다. ‘현대적’이라는 표현도 너무 옛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한 ‘인간의 보편성’을 관찰하는 이야기니까요. “인간들의 고민이란 건 다 거기서 거기구나.” “인간들의 탐욕이란 건 백년 후에도 똑같겠구나.” 사랑에 관하여, 삶에 관하여 하는 인간들의 고민, 그 고민의 복잡성은 시간과 시대를 따르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또다시 백년 ..
이미 반세기 전에 씌여진 귀요미소설! 제목- 에 비해 도시적이고 아이스러운 이야기입니다. 다 읽고 난 다음에는 저 제목 대신 더 귀엽거나 까칠한 다른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져요. ('catcher'를 '파수꾼'이라고 번역한 것부터가 귀여움을 한웅큼 덜어낸 효과가 있기도 하네요.) 번역- 된 소설 치고 어색함이 아주 적었습니다. 생삼겹살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냉동삼겹살의 운명을 외국소설은 타고 난 것일진데, 이 소설은 참으로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워낙 주인공 소년의 말투가 톡톡 튀고 발랄해서 아마 잘 전달이 된 것 같습니다. 홀든은 외로움을 많이 타고, 이야기를 좋아하고, 어린이들을 사랑하는 소년입니다. 홀든은 친구들에게,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끝없이 대화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많이 좌절해요. ..
심플 플랜 - 스콧 스미스 장편소설 (1.2 - 1.6)호밀밭의 파수꾼 - J.D 샐린저 장편소설 (1.6 - 1.17)사랑에 관하여 - 안톤 체호프 소설집 (1.18 - 1.27)체호프 단편선 - 안톤 체호프 소설집 (2.1 - 2.5)와이어드 - 데브 팻나이크 (2.5 - 2.7)글로벌 소프트웨어를 꿈꾸다 - 김익환 (2.8 - 2.9)스크럼과 XP - 헨릭 크니버그 (2.28 - 3.3)린 소프트웨어 개발의 적용 - 메리 포펜딕 (3.3 - 4.2)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장편소설 (3.9 - 3.15)도서관 산책자 - 강예린, 이치훈 (4.7 - 4.13) 매잡이 - 이청준 소설집 (4.14 - 4.27)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4.27 - 5.8)은닉 - 배명훈 장편소설 (5.1..